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 문화/독서와 기록
- 2025. 3. 9. 15:42
나는 2025년 1월을 맞이한 시점부터 데일리 다이어리에 짧은 필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필사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의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글을 필사해보고 싶은 찰나에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이름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로, 제목 그대로 하루 한 장 필사를 하면서 나의 어휘력을 늘려나갈 수 있는 책이다.
책의 구성을 보면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한쪽 면에 글이 수록되어 있고, 다른 한쪽 면에 필사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줄 간격이 너무 빽빽하지도 않고 너무 넓지도 않아서 적당히 연필이나 샤프로 필사하기 딱 좋았다. 물론, 평소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소 망설여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스타그램 등 여러 채널에서 볼 수 있는 필사 콘텐츠(캘리그라피를 포함하여)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정말 글씨가 예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에 필사하는 건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글을 쓰면서 하는 가장 적극적인 책 읽기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달필은 아니지만… 초대한 또박또박 글을 쓰면서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옮기는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기분이 좋았다. 비록 글씨는 예쁘기 못해 비뚤비뚤하거나 내 얼굴처럼, 내 마음처럼 못난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글을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필사를 해보는 시간이 좋았다.
많이도 아니고 딱 하루 한 장씩 필사를 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긴 글을 만났을 경우에는 5~10분 정도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바로 위에서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딱 한 줄로 그날의 필사가 끝나는 페이지도 있었다. 이때는 욕심을 부려서 다음 페이지까지 필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기보다 딱 하루 한 장 필사를 하면서 이 일을 나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 줄 혹은 많아도 두세 줄 정도 되는 문장도 그냥 가볍게 한번 쓰고 넘기기에 아까운 문장이 많았다. 첨부한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막심 고리키 소설 <어머니>의 문장도 그런 문장 중 하나다.
'가슴에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면 그을음이 많이 쌓이는 법이에요.'라는 말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마음을 우리는 쉽게 떠올려볼 수 있다. 특히, 소설의 제목이 '어머니'인 만큼 우리는 이 문장을 통해 소설 속 어머니의 그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고,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숙연해질 수도 있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단순히 이렇게 하루 한 장씩 필사를 해볼 수 있는 공간만 아니라 우리가 특정 주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진 필사를 마친 이후 직접 내 글을 써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책의 저자가 말하는 필사의 장점과 여러 의미를 읽어볼 수 있는 페이지도 각 카테고리마다 정리되어 있었다.
한 카테고리의 글 일부를 옮겨 본다면 다음과 같다.
의외로 놓치기 쉽지만 어감을 익히는 데 말소리만큼 좋은 것이 없답니다. 입으로 읽을 때 흐름이 자연스럽고, 귀로 들을 때 미끄덩거리지 않고 튕겨냄이 없는 어휘들은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운율감을 익힐 수 있고, 운율감이 좋은 글은 대부분 어감이 좋습니다. 심지어 뜻을 몰라도 어감이 좋다고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이럴 때 뜻을 찾으면 잊기 힘든 어휘를 습득하게 되지요).
저는 글을 쓸 때도 중얼거리면서 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목구멍이 아프기도 합니다. 어감이 몸에 배이게 하세요. 생각은 다음에 하세요. 책 읽기와 필사에 필요한 마음가짐은 자기 생각(에고)을 버리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진짜 내 것도 아니고 세사에서 주워 온 잣대인 그것으로 평가하려 하지 마세요. 그래야 문장의 빗장을 열어젖혀 문장 안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몰라서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문 65)
필사를 하다 틈틈이 읽어볼 수 있는 이런 글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 무엇보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여러 욕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욕심은 내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는 것, 내가 쓰는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이 아닐까? (웃음).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면 악플이나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매일 같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의 바탕에는 나도 앞서 언급한 것 같은 욕심이 깔려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었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싶다.
그런 사람에게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라는 책은 딱 좋은 책이었다.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책의 좋은 글을 만나볼 수 있는 것만 아니라 직접 필사를 하면서 가장 적극적인 책 읽기를 실천할 수 있다. 2025년 새해 목표로 책을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을 목표로 세운 당신에게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한번 고민해보길 바란다.
- 저자
- 유선경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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