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 이 예능 참 재밌다
- 문화/문화와 방송
- 2025. 3. 3. 07:50
요즘 JTBC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매주 수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영이 되다가 토요일 저녁 7시 10분으로 방송 시간을 옮기게 되었는데, 편성표를 본다면 평일 늦은 밤에서 주말 황금 시간대로 옮긴 셈이라 나름 힘을 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의 시청률은 1회 2.3%로 시작해서 가장 최근에 기록된 3회는 1.2%로 저조한 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나누어질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 성동일과 엄기준 등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이 출연하다고 해도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운다는 이야기가 호불호가 좀 나누어졌다.
나도 처음에 '중년 배우들이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특별히 재미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1회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2회도 채널을 돌리다 잠시 TV를 보다가 늦어서 TV를 껐었는데, 3회는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 방영되었다 보니 천천히 프로그램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가 괜찮았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시종일관 "Yeah~ Yeah~"라며 알아듣는 척을 하면서도 노력하는 초급반에 소속된 김광규의 모습도 재밌었고, 방송이라고 해도 낯선 곳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나이를 떠나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다. 역시 공자가 말한 대로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즐거운 법이었다.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를 왜 내가 유독 재미있어하는지 생각해 보니, 초급반과 중급반에서 노력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과거 대학 시절에 내가 일본어를 배웠던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성적이 좋지 않아 높은 대학에 가지는 못해도 내가 배우고 싶은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서 부산외대 일본어학과를 선택했다.
내가 아는 일본어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에서 2년 동안 잠깐 배운 게 전부였고, 제2외국어 시험을 선택해서 쳐도 점수가 개판이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라고 해도 일본어를 거의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래서 대학 1학년 때는 일본 원어민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때 시종일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수업을 들었다.
처음 대학 1학년 동안 받은 시험 성적 중 전공 일본어 과목은 그야말로 바닥이나 다름없었고, 교양 과목인 고전 읽기나 정치 수업에서 오히려 A+를 받으면서 내가 가 선택을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어를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다 보니 일본어를 잘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외대이다 보니 그런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를 본다면 외국인 학생들과 영어를 배우면서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암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직접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부산외대에서 들은 일본어 수업 중 일부는 문법을 배우거나 외우는 수업도 있었지만, 회화 수업도 상당히 많았다.
처음에는 일본어가 서투르다 보니 소위 말하는 오타쿠 단어가 전부였지만, 점차 일본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일본어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물론, 어디까지 회화 수준에서는 빠르게 실력이 늘었어도 한자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다 보니 일본어 단어 시험에서는 3학년 1학기 때까지 밑바닥이었다. 지금도 솔직히 어려웠다.
하지만 일본어를 배우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보니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와도 공부가 재밌었다. 덕분에 공익 근무를 마치고 대학 2학년 때 복학한 이후 교수님이 "경험 삼아서 JLPT N1을 한번 쳐봐라."라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무작정 JLPT N1을 쳤다가 처음부터 합격했다. 2학년으로 복학한 후 제대로 공부한 건 약 3~4개월이 전부였는데!
여기에는 내가 다녔던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일본 학생들과 교수님이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이다 보니 회화 수업을 통해 기른 청해 능력이 JLPT N1 합격에 큰 기반이 되었다. JLPT N1을 세 번 치면서 2학년 때 처음 쳤던 JLPT N1 청해는 1문제가 틀렸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내 귀는 완전히 일본어가 트였다.
이제 남은 건 전문 용어와 함께 어려운 한자를 외워서 쓰고 읽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었다. 이 부분은 3학년 때까지는 진짜 아무리 공부해도 막혔는데… 3학년 1학기가 끝날 때쯤에 어느 정도 한자가 쌓이다 보니 실력이 또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4학년이 되고 나서는 쉽게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일본어로 먹고살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에 나는 너무 겁이 많았고, 당시에는 블로그로 버는 수익이 점차 늘고 있던 시기라 블로그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도전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선택이었다. 친한 몇 교수님께서는 대학원에 진학해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나는 너무 진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더 공부하지 않았던 것이 미련으로 남아 있다. 돈만 있으면 다시 대학에 진학해 영어도 제대로 배우고 싶고, 일본어도 더 배워서 일본 사회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기도 하다. 마음은 항상 굴뚝같아도 현실은 넉넉하지 않다 보니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게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비록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에서 볼 수 있는 출연진이나 어학연수원의 학생들처럼 학교에서 새로운 커리큘럼을 들을 수는 없지만, 나는 꾸준히 일본어 원서를 읽거나 틈틈이 일본 뉴스를 듣거나 섀도잉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본어는 나의 제2외국어로 내 삶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를 보고 있으면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참 간절하다. 책을 읽으면서 사는 게 즐거운 사람이다 보니 공부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공자가 괜히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한 게 아니다. 사람은 때때로 배우고 익혀야 무료한 오늘을 즐겁게 살 수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배우 성동일, 엄기준, 장혁, 신승환, 김광규가 영국에서 영어를 배우며 부딪히는 그 이야기를 담은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라는 프로그램을 한번 보도록 하자. 지난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 4회>에서 신승환이 말한 대로 우리는 살면서 저런 경험을 진짜 많이 해봐야 한다.
하, 그런데 그게 막 쉽지는 않다.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이 되지 않는 이상 마음 편하게 공부만 할 수 없으니까. 현실에서는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의 출연진들이 하는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꿈을 품고, 작은 도전을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그런 도전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확신한다.
- 시간
- 토 오후 7:10 (2025-02-05~)
- 출연
- 성동일, 김광규, 엄기준
- 채널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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