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주연 영화 파일럿은 당황스러워도 재미있는 영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24. 8. 8. 08:00
지난 화요일을 맞아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영화 <파일럿>을 보기 위해서 가까운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찾았다. 영화 <파일럿>은 오랜 시간 동안 광고가 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배우 조정석이 여장을 하고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다. 도대체 그 조정석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에이스 기장으로 활약하던 주인공 조정석은 모두가 함께 하는 회식 자리에서 노 사장의 말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일부러 목소리를 내었다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생각한 조정석은 몇 개월 쉬다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그를 찾는 곳은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후배 신승호가 다니는 항공사에서는 여성 파일럿의 비율을 남자와 동등한 5:5 비율로 맞추고자 한다고 하니 들어가기가 더 힘들었다.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정석은 "할까, 말까 망설일 바에 그냥 해라."라는 말을 곱씹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다. 바로, 여동생 이름으로 서류 지원을 해버린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조정석은 여장을 하고 자신이 떨어졌던 한에어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한다. 다행히(?) 여동생 한선화가 ASMR 뷰티 크리에이터였다 보니 나름 화장 기술에 능통해 조정석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놀라운 수준으로 변신한 조정석의 모습은 영화 내내 큰 웃음을 주었다.
실제로 영화 촬영을 위해서 조정석은 7kg가 넘게 살을 빼는 투혼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골격이 아예 달라도 살을 뺀 이후 최대한 꾸미게 되니 흡사 그럴듯한 모습이 갖추어진 것이 너무나 우스웠다. 조정석과 한선화 모두 면접 장소에서 바로 들킬 수도 있다고 각오하고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조정석은 부기장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그는 비행만 할 수 있으면 무엇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겉만 그렇게 이야기했던 자신과 달리 진짜 비행을 하고 싶어서 꿋꿋이 버티는 이주명을 만나면서 내적 성장을 하게 되고, 에이스 기장으로 지냈던 그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운다.
영화 <파일럿>은 그야말로 조정석의 원맨쇼라고 말할 수 있다. 여장을 하고 지내는 조정석이 남자로 지낼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면서 많은 웃음을 주는 장면이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있기도 했는데… 조정석의 연기가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정석의 여동생으로 등장한 한선화가 보여주는 감초 연기도 좋았고, 새롭게 취업한 한에어에서 찐친이 된 이주명이 보여주는 모습도 멋진 언니의 모습이라 보기 좋았다. 일각에서는 여초 영화다 혹은 페미 영화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영화 <파일럿>이 보여준 남녀 차별 문제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자세한 건 직접 영화 <파일럿>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조정석이 말도 안 되는 여장을 하고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본다고 생각하면 영화 <파일럿>은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날도 덥고, 일은 안 되고, 빚은 늘어나는 웃을 수 없는 요즘 같은 날 웃음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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