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코 말랑젤리,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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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특정 SNS 채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새로 올라온 사진 혹은 글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르게 나 빼고 다 고양이를 기르는 듯한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자주 공유하는 사진과 영상 중에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나 혹은 생각지 못한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귀엽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 사진과 영상을 본 나도 “귀엽다!” “이 녀석 재미있네!”라면서 하트를 누르거나 혹은 리트윗 같은 공유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고양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일상 속에서 한두 번씩 접하고, 고양이에 호감을 가진 사람 혹은 중립인 사람도 점점 고양이에 이끌린다.


 그렇게 나도 고양이에게 이끌리다 오늘 우연히 <부농코 말랑젤리>라는 이름의 한 책을 만났다.



 책의 제목으로 적힌 <부농코 말랑젤리>라는 말과 책이 표지를 본다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책이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농코 말랑젤리>의 저자는 총 두 마리의 반려묘 집사 책무를 맡는 동시에, 아파트 단지에서 머무르는 길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를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부농코 말랑젤리>는 일러스트 에세이 형태의 책으로, 저자가 고양이와 함께 보내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정감있게 잘 담고 있다. <부농코 말랑젤리>를 읽으면서 저자가 어떻게 두 반려묘를 만나 함께 살게 되었고,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주변의 길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는 흔히 골칫덩어리로 불린다. 지나가다 본 뉴스에서는 드물지 않게 고양이 사료에 약을 타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려고 했다거나 혹은 먹여서 길고양이가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이 보도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쩌면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가 있지!’라며 노발대발하기도 했다.


 <부농코 말랑젤리>의 저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그 정도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내는 소리에 많은 민원이 발생하면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책을 통해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가 어떻게 그 갈등을 헤쳐나갔는지 읽어볼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오가면서 캣맘들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던 길고양이들을 위해서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TNR 제도에 대해 알리고, 주민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직접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그런 진실한 모습에 반대만 하던 사람들도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덕분에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데에 명분을 얻게 된 저자와 같은 캣맘들은 아파트 단지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길고양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6년 전에 TNR을 진행한 단지 내 고양이들은 지금까지 아파트 단지 사람들과 함께 잘 공존하며 지내고 있다며 저자가 후일담을 전한다.


 저자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한 행동이 상당히 놀라웠는데, <부농코 말랑젤리> 책을 읽으면서 저자보다 더 놀라운 행동을 한 사람은 바로 저자의 어머니다. 저자의 어머니가 길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파트 동대표에 출마까지 해 감투를 쓰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어머니도 처음에는 저자가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는 일에 달가워하지 않았으니, 집에서 함께 살면서 서로 정이 들어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고양이가 참 대단하다. 그렇게 사람과 고양이는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다소곳이 소박하고 편안한 그림체로 고양이와 함께 하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그려진 만화 에세이 <부농코 말랑젤리>. 고양이들이 벌이는 소소한 해프닝이 재미있었고, 고양이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괜스레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해주었다. 이 책 <부농코 말랑젤리>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만약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농코 말랑젤리>라는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 일기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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