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이스2'가 보여준 혐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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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경고장을 던진 드라마 '보이스2'


 요즘 공영 방송 채널에서 하는 드라마보다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하는 드라마를 더 자주 보고 있다. JTBC 드라마 <라이프>는 기대보다 살짝 못 미치는 느낌도 있었지만, 악역이 아니라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승우가 연기한 구승효 사장의 모습을 보며 ‘정의와 의학’을 보는 건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16일)에는 OCN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보이스 2>가 막을 내렸다. 지난 <보이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부각한 장혁의 부재가 아쉬웠지만, <보이스 2>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합류한 이진욱의 연기는 장혁의 자리를 빈틈없이 채웠다. 정말 빠져드는 연기를 보였다.


 하지만 <보이스 2>가 인상적인 건 연기만이 아니었다. <보이스2>가 핵심 사건으로 다룬 ‘혐오’라는 감정을 소재로 한 사건은 오늘날 우리 사회와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사람이 품은 ‘증오’라는 감정을 이용해서 범죄를 부추기고, 사회에 증오를 품은 사람들끼리 뭉친 범죄 조직은 실로 놀라웠다.


 이러한 모습을 그저 드라마 속 허구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그 같은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게 또 무섭다. 드라마 <보이스 2>에 나온 조직처럼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인터넷상에서 인격 살해를 하는 범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역시 오늘날 가장 큰 문제 사이트로 손꼽히는 일간베스트저장소와 워마드 같은 사이트이지 않을까. 이 두 사이트는 오랜 시간 동안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서 혐오를 부추기는 사이트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무서운 이유는 명백한 동기 없이 누군가를 공격한다는 점에 있다.



 드라마 <보이스 2>의 범인 방제수(역 권율)가 이끄는 다크웹을 통한 조직은 모두 혐오를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은 조직이었다.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벌레 취급하며 잔인한 일을 벌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11회에서 다루어진 바퀴벌레 비유는 혐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으로 이루어진 혐오를 이용해 범죄를 조장하는 단체가 벌이는 일을 떠올려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이후 박사모를 비롯한 단체가 일으킨 각종 행위는 이러한 혐오 범죄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명분 따위 필요하지 않다. 그저 혐오할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되는 거다.


 두려운 사실은 혐오를 이용한 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늘어나고 추세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온라인에서 키보드를 이용한 싸움에 그쳤지만, 이제는 집단으로 뭉쳐 다니며 격한 혐오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시위 정도면 ‘또 헛소리하네’라고 멈출 수 있겠지만, 그들은 심지어 가짜 뉴스도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이미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짜 뉴스가 정치 이념이 다른 사람끼리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진짜처럼 교묘하게 꾸며진 가짜 뉴스는 세대 간에 다투는 요인이 되었고, 세대가 이해를 거부하며 서로를 혐오하게 되어버린 거다. 세대 간에 남은 게 ‘혐오’라는 감정 하나뿐이면 그 끝은 뻔하다.


 혐오 범죄를 경고하는 드라마 <보이스 2>. <보이스 2>에서 본 이야기는 허구지만, 허구가 아니기도 하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보이스 2>의 ‘닥터 파브르’에 아이디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페미니스트 같은 이유를 붙여 혐오를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우리에게 혐오 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제수가 도강우에게 체포당할 때 한 "어차피 또 다른 내가 이 세상을 벌할 거야."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말만큼 오늘 우리 사회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품격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뒷면에는 이미 증오가 만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쩌면, 이미 우리 사회는 지금 당장 응급처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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