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 실화 바탕이라 더 영화다웠다

냉전 시대의 정치와 사람을 담은 영화 '공작'


 배우 황정민의 연기가 돋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영화 <공작>을 어제(17일) 극장을 찾아 관람했다. 지난번 영화를 보러 갔을 때부터 예고편을 영화관에서 보여주던 시기라 ‘오, 실화 바탕이라고? 재밌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또 가기 귀찮아서 망설이다 이번에 영화를 본 거다.


 영화 <공작>은 확실히 황정민의 분위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관객을 이야기로 몰고 가는 힘이 있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더라도 영화적 요소가 군데군데 더해져 ‘영화 시나리오로서 즐거움’ 이 있었고, 옛날 그 시절의 모습을 영상으로 비출 때는 적절히 바랜 효과를 주어 분위기를 살렸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도 북한에 잠입한 공작원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민주 정부가 들어서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군부 독재 시절의 향수에 취한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라 민감한 소재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 내용도 그랬다.


 실제로 영화 <공작>의 내용을 보면 아마 선거 때마다 북풍을 이용해서 “한반도 안보가 위험하다!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건 우리뿐이다!”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정치인들의 심경이 어지간히 불편할 수밖에 없을 장면도 있었다. 안기부와 당시 여당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혀를 얼마나 찼는지.



 물론, 영화 <공작>은 모두 실화가 아니라 실화를 밑바탕으로 쓰인 허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허구 속에서 현실을 볼 수 있다는 게 또 소설, 영화 같은 작품이 가진 하나의 특징이다. 영화에서 그려진 냉전 시대를 살아가며 오로지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진짜 필요한 건 무엇인지 그리기도 했다.


 북한에 접근해 영변 핵시설을 몰래 파악하기 위해 공작원으로 활약하는 박석영(역 황정민)은 처음에는 오로지 명령에 따를 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다음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시민들 몰래 조작하는 일에 회의를 품으며 달리 움직이고자 한다.


 그 행동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인물은 북한의 간부 리명운(역 이성민)이다. 리명운은 냉전시대에서 화해 분위기로 들어가는 시대의 변화를 반기고 있었지만, 북한군 장교 정무택(역 주지훈)은 남한 정치인과 북풍 조작으로 얻는 이윤과 권력의 혜택을 누리고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반대를 했다.


 문득 이 장면을 보면서 <강철비>의 명대사로 손꼽히는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북풍을 선동하는 여당 정치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말이다. 더 무엇이 필요할까?


 리명운과 박석영 두 사람은 남북 간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는 문턱에 간신히 선 두 나라를 망칠 수 없다고 생각해,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가진 또 다른 의미인 ‘모험’을 하기로 한다. 그 모험의 장면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면서도 ‘꼭’이라는 간절함을 품었다.



 영화 <공작>은 그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이윽고 안기부와 여당 의원들에 의해 ‘처리’가 결정된 박석영이 도망치는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했다. 영화 <공작>의 마지막 장면은 그 긴장감을 비로소 풀어헤치는 멋진 장면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영화 <공작>의 시나리오의 밑바탕이 된 실화의 주인공 암호명 흑금성으로 불린 실제 인물의 현황을 짧게 이야기한다. 이때 사건 이후 5년 동안 대북 사업가로 활동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아 장기 투옥을 하다 만기 출소를 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쓴 수기와 경험한 이야기가 밑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어디까지 ‘영화의 시나리오’일 뿐이지만, 영화 <공작>은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지금의 우리는 선거 때마다 우려먹은 북풍에 진절머리를 치지만, 그 시대 출신의 정당과 정치인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을 한사코 막으면서 “평화 가고, 전쟁 오라!”라고 외치고 있다. 그들은 영화 <강철비>의 대사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를 들어도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히려 현 정부를 탓할지도 모른다.



 갈등상태에서 끊임없이 안보를 명목으로 손에 쥔 권력과 이익을 놓치고 싶지 않은 정치인들. 영화 <공작>을 보면서 다시 한번 오늘날 정치의 한 부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준 냉전 시대에서 화해 시대로 넘어오는 시기의 정치와 사회의 모습은 오늘과 무척 비슷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어 남북이 평화의 길로 들어섰을 때 나는 고작 7살에 불과했고, 한일 월드컵이 열릴 때는 고작 12살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정치와 사회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차서 나름의 보는 눈과 가치가 생겼다. 적어도 나는 지금 걷는 평화의 길이 옳다고 믿는다.


 영화 <공작>은 액션 영화, 첩보 영화로서 볼 때도 완성도가 높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영화의 긴장과 분위기를 살려주는 배우들. 나무랄 곳이 없었다. 거기에, 더불어 영화 <공작>은 오늘 남북이 걷는 새로운 시대를 생각하게 한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극장을 찾아 영화를 한 번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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