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대학생 송소희가 말한 내 인생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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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소녀 송소희가 아닌 대학생 송소희로 말한 내가 정한 내 인생의 틀


 우리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일정한 틀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 틀은 내가 정한 틀일 때도 있고, 내가 아닌 타인이 정한 틀일 때도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어른이 말한 '가장 타당하고 올바른 틀'을 모범적인 사례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 틀을 따라가는 게 정답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 틀을 따라 살아가는 일이 우리에게 편할 수도 있고, 정말 나에게 맞는 답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고민해보지 않은 틀은 언젠가 우리에게 큰 고민을 안겨준다. '과연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어제(18일) <말하는 대로>에는 우리에게 국악 소녀로 유명한 송소희 씨가 출연했다. '송소희'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차분하고, 단아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소녀'라는 단어가 낯선 성인이 되었고, 그녀는 타인이 정한 자신의 틀을 자신의 의미로 재해석을 한 성숙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말하는 대로> 버스킹의 주제를 '틀'이라는 단어로 정했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가진 송소희라는 이미지가 얼마나 틀에갇혀 있었는지 알게 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어제 방송을 보고 '송소희'의 다른 틀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송소희 씨는 "어느 순간 주변에서 말하는 이미지가 틀이 되어버렸고, 그 틀에 맞춰서 초점 없이 걷는 나를 보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버스킹을 시작했다. 그녀는 '왜 나에게 이런 틀이 생겼을까?'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이 속절없이 누군가 만든 아름다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을 알았다.


 그녀는 버스킹 무대에서 자신이 원해서 국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5살의 어린 나이에 어느 아이가 스스로 '내 길은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시켜서 국악을 시작했고,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이 꿈을 정해버렸다.


 천재 국악 소녀라는 이미지대로 충실히 살아가는 송소희. 그게 우리가 아는 어린 국악 소녀의 이미지다. 송소희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왜 그 당시에 큰 고민을 얘기하지 않았을까?' 하고 고민해보니 나를 위해서 악역까지 자처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았기에 틀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착하게 부모님의 뜻을 따라가는 소녀로 살면서 원래부터 소심한 성격이 더욱 소심해졌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고 있는데, 완전히 사적인 감정이 다 적혀 있어 일기장을 버릴 때도 찢은 이후 검은 봉투에 넣어 태워서 버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철저히 틀에 맞췄던 거다.



 그러나 사람은 틀에 맞춰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오는 법이다. 그것은 사춘기를 겪는 그녀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부모님께 어디를 간다고 허락을 받고, 나 홀로 군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한참 기찻길을 걷다가 한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뭐 힘든 일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힘든 일에서 벗어나려고만 하지 말고, 그 일을 한 번 인정해보는 일도 중요하단다. 흐르는 대로 따라가면 언제나 지나가는 법이란다."


 인터넷과 책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은 우리가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을 때 제3자가 직접 말하면 더 와 닿게 되는 법이다. 할아버지의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면서 틀을 거부하지 않고 그 틀을 좀 더 넓혀 나가기로 선택했다. 나 자신으로서 첫 길이었다.


 그녀는 제일 먼저 국악원에서 나와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장점으로 국악에 도전해보고자 했다. 그녀는 국악에서 벗어나 서양음악을 공부하면서 피아노와 기타, 작곡 등을 배우며 자신이 가진 음악의 틀을 확장했다. 우리가 <불후의 명곡> 등에서 본 퓨전 국악과 새로운 스타일의 초석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자신을 가뒀던 틀을 스스로 확장하면서 그녀는 시켜서 국악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국악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버스킹을 마치면서 "누구에게나 정해진 틀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 틀을 인정한 후에 그 틀을 넓혀가면 변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틀. 어쩌면 우리 또한 알게 모르게 어떤 틀에 갇힌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환경은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틀(한계)를 인정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길이 열리지 않을까? 송소희와 다르지만 나도 그렇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깥에서 직접 사람과 만나는 일이 서툴렀고,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 어려워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모자란 인간'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우연히 발견했다. 직접 말하는 일은 잘하지 못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는 달라질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아직 벽을 쌓지 않고 사람과 허물없이 지내는 일은 익숙하지 않지만, 조금씩 어울리며 청자의 입장에서 혹은 독자의 입장에서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은 글의 소재가 되고, 모든 일은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것도….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다. 우리에게 '틀'이라는 것 또한 그렇지 않을까? 틀이 우리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에 갇힌 새에 불과하지만, 틀이 우리의 무대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자유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이제 21살이 된 송소희가 자신만의 무대에서 만들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틀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부디 오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에게 주어진 '틀'을 한계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위한 무대라고 여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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