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편의점 인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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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정해진 매뉴얼대로 살아가는 일은 잘못된 것일까?'는 질문을 던지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심지어 대학교에 올라와서도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시험을 공부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리고 누구나 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끝이 없는 공부와 경쟁을 시작하고, 이유을 생각하지 않고 답을 쫓아간다.


 나는 가끔 우리 세상이 정말 지나치게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모두가 똑같이 대학교를 나와야 하고, 모두가 '남들이 다 하는 건 기본적으로 해줘야지.'라는 말로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애쓴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동일한 제품처럼 한 명의 사람을 그렇게 다루고 있다.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는 획일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부정할 수가 없다. 모두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리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마치 편의점처럼 굴러간다. 한 사람이 소비되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고, 모두 정해진 규칙대로 똑같은 일을 해나간다. 나라는 창조 경제를 외치고 있지만, 창조는 개뿔일 뿐이다. 우리는 정해진 답을 가장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길에서 벗어난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편의점 인간>을 읽으면서 나는 책의 주인공 후쿠하라 게이코가 정말 놀라웠다.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완벽한 편의점인 인간이었다. 편의점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면서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하고, 새로운 생각을 통해서 정해지지 않은 답을 도출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그곳에서 주인공 후쿠하라는 안정감을 느끼며 생활을 한다. 예전에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편의점 일에 익숙해지는 일은 비참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이유가 편의점에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결국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가만히 생각해보자. 편의점에서는 정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매뉴얼대로 고객을 접대하고, 상품을 진열하고, 바코드를 찍어서 계산을 하면 되는 일뿐이다. 갑작스러운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매뉴얼에 따라 방범벨을 울리거나 적절히 대처하면 된다. 편의점은 어떻게 보면 이상에 가깝다.


 사람들은 모두 불안정한 인생에서 정해진 길과 정답을 찾고자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면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스펙이 필요하고, 좀 이름 있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공무원 시험을 노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을 읽어보면 주인공 후쿠하라가 처음 편의점에서 일할 때를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후쿠하라의 대사는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의 핵심적인 주제다. 그녀는 편의점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들고, 잠시 편의점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이라고 말한다.



 편의점은 많은 대학생이 한 번 정도는 거치는 아르바이트로 한국에서도 흔한 일터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더 흔하게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도 그 사람들은 우리 한국과 마찬가지로 "취업은 언제 할 거야? 결혼은? 연애는?"이라는 질문을 맞닥뜨린다.


 아마 이번 설날에도 비슷한 질문을 맞닥뜨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혹은 그 질문을 피해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거나 고시원에서 공부하며 "가족은 보고 싶지만, 지금은 이렇게 공부를 해서 좀 더 당당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고시생을 취재하며 언론은 불이 꺼지지 않는 고시촌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 사회는 한 개의 커다란 편의점 같아서 모든 사람이 제각각 상품으로 진열된 것 같다. 그곳에서도 인기 있는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지만, 인기가 없는 제품은 재고만 쌓여가다 폐기처분이 되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은 우리 사회의 이 단면을 잘 보여준다.


 시계의 부품처럼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가는 삶은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러한 삶을 다른 방향으로 추구하는 건 아닐까? 마치 먹이를 먹듯이 끼니를 해결하고, 매일 변하지 않는 일상 속의 구성품이 되어 우리는 이 하루를 살아간다. 모노크롬의 세상에 적응해버린 인간이 되어버렸다.


 편의점을 무대로 남과 조금 다른 삶을 살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 정답에 가까운 삶을 편안하게 사는 것일지도 모르는 주인공 후쿠하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는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이 소설 <편의점 인간>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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