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대학생이 바라본 최순실 딸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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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물러준 수저에 따라 갑을 관계도 역전이 되는 한국 사회


 대학가는 한창 시험 기간을 맞이하고 있다. 중간고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레포트를 작성하고, 시험 범위를 달달 외워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일제식 암기를 대학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대학에서 걸어 다니다 보면 '어제 밤새고 왔다.' 혹은 '공부 하나도 안 했다.' 등의 말을 너무나 쉽게 들을 수 있다.


 나도 현재 대학에서 시험을 치고 있다. 첫날 첫교시는 자신 있는 과목이라서 조금 당당하게 시험을 쳤다. 시험실에서 가장 먼저 다 풀고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그 이후에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혀를 차고 말았다. 불안했던 두 번째 과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져 반을 백지로 냈다.


 이렇게 시험에 울고웃고, 대학의 일정에 따라 자신의 모든 일정이 흔들리는 게 대학생이다. 왜냐하면, 대학생은 을의 위치지만 대학은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갑질에 을은 언제나 당할 수밖에 없다. 시험을 친다고 하면 시험을 칠 수밖에 없고, 등록금을 올린다고 하면 올릴 수밖에 없다.


 대학은 그동안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대학은 여전히 유연성을 찾을 수 없는 고정적인 장소 중 하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대학은 을이 어떤 부모님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갑을 관계가 역전이 되기도 한다.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출석이 되고, 리포트를 대충 써도 B 같은 점수를 받는다.


 대학 시험을 꺼낸 이유는 현재 대학가를, 아니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순실 딸 특혜 논란을 말하기 위해서다. 최순실의 딸은 이화여자대학교에 새롭게 생긴 승마 항목에 금메다를 이유로 합격했고, 그 이후 출석을 하지 않아 학점이 인정되지 않자 이화여대가 학칙까지 개정해 소급적용을 해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이화여대 총장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하는 기존의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딸 특혜 사건을 풍자하며 조롱하고 있다.


 창조적인 방법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박근혜가 취임 초기에 말한 '창조적 인재 양성'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정의롭지 못한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나오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줄이 있다고 하는 최순실 사건은 K 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등과 여러 인물이 계속 얽히고 있다. (쓴웃음)


 정치 비리, 대학 비리. 현재 논란이 되는 '그런데 최순실은?' 논란은 우리 사회의 인맥과 권세로 차별이 발생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학에서 평범하게 시험공부를 해서 시험을 치고, 시험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좋은 성적을 받아들이는 나로서는 이런 모습이 참 짜증이 난다.


 역겹다는 말을 사용해도 이 기분을 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김제동이 말하는 대로 28색 크레파스 같은, 조카 신발 같은 기분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서 아등바등하는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다른 사람 또한 이 논란을 보면서 비슷한 기분일 것이기에 이토록 분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은 카스트 제도 같은 계급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이지만, 형태를 살펴보면 금수저 논란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남아있다. 그리고 잘 태어난 사람은 갑과 을의 관계도 역전시킬만한 권세를 자랑하며 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뒤엎어버리고 있다.


 시험 당일에 2시간 정도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치는 나는 '뛰어나게 좋은 성적'을 받는 일은 포기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욕심을 부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이후에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게 가능하다니!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런 상황을 두고 어찌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20대 젊은 세대가 한국을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당은 입에 거품을 물고 또 북풍 어쩌니 저쩌니 하고 있고, 청년 복지를 실천한 인물은 비판을 받고 있다. 어디서도 상식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한 새누리당 의원이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 청년 실업을 해결해야 한다는 허튼소리를 했는데, 나는 그 의견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그렇게 좋은 중동, 있는 집 자식들이나 가라고 해라. 여기선 돈과 권력이 있는 귀족이지만, 거기에 가면 왕족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내일도 시험을 쳐야 하는데, 오늘은 더 쉽게 책이 펼쳐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나처럼 평범한 대학생과 달리 부모의 부와 권력을 손에 쥔 자식들은 얼마나 기고만장하게 누워서 지내고 있을까? 참, 좋은 세상이다. 누구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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